앙코르와트 – 씨엠립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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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고 싶었다. ‘월든’ 책 한 권과 핸드폰 충전기만 챙긴 채 무작정 비행기를 탔다. 제주에서 한 달 알바를 하면서 받은 월급으로 시엠립 도착. 발품 팔아 1불짜리 호스텔을 발견했다. 자발적 가난이 오히려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물론 제주에도 내 소유라 할 만한 것들이 많은 것은 아니다.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동네 사람들이 가는 값싸고 맛있는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여기선 비싸도 1.5불, 관광객들이 가는 식당은 평균 5불 정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앙코르왓에서 일출을 보고 쁘레룹에서 일몰을 보며 하루 마무리를 한다. 오전에는 사원들을 돌아보고 오후에는 커피나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본다. 자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는 여유도 생겼다. 참 좋다. 가볍게 온 여행이 내가 보지 못했던 눈을 뜨게 해줬고 엉켜있는 잡념들을 단순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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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있다. 앙코르 유적은 캄보디아 정부 독자적으로 복원할 수 없었다. 프랑스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보존과 복원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일본은 물론 심지어 중국도 이 엄청난 세계문화유산이 복원되는 것에 큰 기여를 했지만 아직 한국이 제대로 참여한 프로그램이 없다. 최근에는 인도가 앙코르 보존을 위한 프로그램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한국은 캄보디아로 부터 쌀과 부식품의 원조를 받는 나라였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몇몇 분야에는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있음을 앙코르 유적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에서야 한국인이 혹은 한국 정부가 참여하는 보존 프로젝트 소식을 담은 기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인류와 그 인류가 축적한 문화유산을 위해서 공헌할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 다음 세대 때는 ‘아시아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 그 이상 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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